“새로운 리그, 너무 재밌다” 美 진출한 서른셋 지소연의 무한도전 [MK인터뷰]

2024-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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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스냅드래곤스타디움. 이곳에서는 시애틀레인FC와 샌디에이고 웨이브의 미국여자프로축구(NWSL) 경기가 열렸다.


감색 유니폼을 입은 시애틀 선수 사이로 유독 키가 작은 선수가 눈에 보였다. 등번호 91번을 단 지소연(33)이었다.


이날 90분 풀타임 출전한 지소연은 경기 내내 최전방과 수비 진영을 오가며 왕성하게 뛰었다. 전반 31분에는 중원 지역에서 상대 공격수 소피아 야콥슨에게 돌파를 허용하자 수비 진영까지 쫓아가 공을 뺏어내는 저력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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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소연은 새로운 리그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사진(美 샌디에이고)= 김재호 특파원



경기는 시애틀의 0-1 패배로 끝났다. 후반 추가시간까지 상대의 파상공세를 잘 막아낸 시애틀은 후반 추가시간 8분 에밀리 반 에그몬드에게 골을 허용하며 아쉬운 패배를 당했다.


경기 후 만난 지소연의 표정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굉장히 힘든 경기였다. 주전들이 빠진 상황에서 경기를 했다. 그럼에도 잘 버텼는데 마지막에 2분 남기고 실점한 것이 너무 아쉽다.”


결과는 아쉬웠지만, 지금까지 지소연의 NWSL 무대 적응은 성공적이다. 지난 2라운드 시카고 원정에서는 그림같은 중거리슛을 성공시켜 리그 이주의 골에 선정되기도 했다.


일본, 잉글랜드, 그리고 WK리그까지 고루 경험했던 그다. 이제 세 경기 뛰었지만, 마치 이곳에서 세 시즌은 뛰었던 선수같은 노련함이 느껴졌다. 로라 하비 시애틀 감독도 “전세계를 다니며 엄청난 경험을 쌓은 선수”라며 지소연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이것이 베테랑의 힘인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웃음과 함께 “이 팀이 나보다 어린 선수들이 많고, 내가 경험도 많다보니 이끌어 가야하는 부분도 있고, 맞춰야 하는 부분도 있다”고 답했다. “초반은 조금 부진하지만, 그래도 조금 더 맞춰가면서 좋은 모습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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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소연은 시애틀에서 성공적으로 적응해가고 있다. 사진 제공= 시애틀 레인FC



새로운 팀이지만, 분위기는 낯설지 않다. “영국에서 같은 팀은 아니더라도 다른 팀에서 뛰었던 선수들도 있다. 여기에 미국과 캐나다 친구들도 꽤 있다. 알고 있던 선수들을 많이 만나는 거 같다.”


지소연은 지난 2022년 5월, 오랜 영국 생활을 정리하고 WK리그 수원FC 위민과 계약했다. 오랜 시간 해외에서 뛰다 한국으로 돌아온 것이기에 그의 해외 도전은 여기서 끝인 것처럼 보였다.


아니었다. 지난 1월 시애틀과 2년 계약에 합의하며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그는 “한국에서는 언젠가 한 번은 뛰어보고 싶었다. 1년반 정도 있었으면 충분했던 거 같다. 마침 미국에서도 좋은 제안이 왔다. 어렸을 때부터 미국에서도 뛰어보는 것이 꿈이었다. 기회가 온 것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한국행을 택했다 다시 해외로 나온 이유를 설명했다.


이제 세 경기 치렀지만, NWSL에 대한 인상은 어떨까? 그는 “영국하고 비슷한 스타일이지만 조금 더 다른 거 같다”며 인상을 전했다.


“약간 다른 종류의 빠름이라고 해야하나? 빠르긴 한데 또 미국 선수들만의 다른 것이 있다. 몸이 좀 다른 거 같다. 달리는 것도 더 잘 달린다. 미국이 또 여자 축구 강국 아니겠는가.”


넓은 대륙을 오가며 경기를 치르다 보니 원정 이동으로 인한 피로와 시차 적응은 고민거리다. 그는 “더 젊었을 때 왔으면 좋았을 것”이라 말하면서도 “너무 재밌다”며 새로운 리그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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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소연은 첼시 시절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았다. 사진=ⓒAFPBBNews = News1



‘재밌다’는 것이 어떤 의미일까? 그에게 다시 이에 대한 설명을 부탁했다.


“첼시 시절에는 항상 높은 자리에 있었다. 라이벌과 경기가 아니면 힘든 경기가 사실 많지 않았다. 루즈한 경기도 있었다. 그러나 여기는 매 경기가 굉장히 치열하고, 누가 이길지 모르는 그런 것이 있다.”


경기장 분위기도 지소연을 즐겁게 만들고 있다. 이날 스냅드래곤스타디움에는 1만 6746명의 관중이 운집해 경기를 즐겼다.


“한국에 있다가 와서 그런지 분위기가 너무 좋게 느껴진다. 홈팬들이 많이 와서 응원을 해주니까 원정팀 선수로서 부담감도 느끼고 있다. 뛸맛이 나는 리그다.”


그는 이같은 경험을 더 많은 후배들이 해봤으면하는 바람도 전했다.


“많은 선수들이 와서 이 리그를 경험했으면 좋겠다. 그런데 여기가 오고싶다고 올 수 있는 리그가 아니지 않은가. 많은 선수들이 더 열심히하고 발전해야할 것이다.”


함께 경험하지는 못하더라도 경험을 공유할 수는 있을 것이다. 오는 4월초 한국에서 열리는 필리핀과 A매치 2연전이 좋은 자리가 될 것이다.


하루 뒤 선수단과 함께 시애틀로 이동, 바로 서울행 비행기에 몸을 실을 예정인 그는 “올해 큰 대회가 없지만, 그래도 계속 나아가야한다. 여기서 한 달 조금 넘게 있었는데 미국에서 있었던 경험들을 후배들에게 얘기해주고 좋은 시간을 보내고 와야 할 것”이라며 대표팀 소집에 대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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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소연은 한국 여자 축구의 상징같은 존재다.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 제공= 대한축구협회



이번 대표팀에는 같은 NWSL팀인 엔젤시티FC와 계약한 케이시 유진 페어(16)도 함께한다.


그는 “나이가 많이 어려서 요즘 경기에 못나오는 걸로 알고 있다. 그래도 잘 이겨낼 거라 생각한다. 계속해서 이 리그에서 뛰다 보면 더 무서운 선수가 될 것”이라며 대표팀 후배를 격려했다.


시애틀과 엔젤시티FC는 오는 9월 6일과 10월 4일 맞대결이 예정돼 있다. 지소연은 “그때쯤 되면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라며 맞대결에 대한 기대감도 전했다.


한국 여자 축구를 대표하는 선수다. 2006년 역대 최연소 국가대표로 선발, 2021년에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 역대 최다 득점자가 됐다. 대한민국이 출전한 최근 세 번의 여자 월드컵(2015, 2019, 2023)에서 모두 활약했다.


지금 이 자리에 만족한다 하더라도 누구도 뭐라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낯선 무대로 전진하며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색다른 리그를 경험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 내 나이 서른셋이지만, 아직도 배울 것이 많다. 계속해서 또 배우고 싶다. 힘들지만 재밌다”며 자신의 새로운 도전에 대해 말했다.


[샌디에이고(미국)=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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