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미의 축구는 유쾌한 ‘현재진행형’이다 - 1

2019-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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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현재를 열심히 살아간다. 주어진 자리에서,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은 일종의 책임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현재를 열심히 살아간다는 사실에 진심으로 고마움을 느끼는 일은 드물다. 

너무 바쁘고, 힘겹고, 무겁기 때문이다.

김정미(32, 인천현대제철)의 현재도 그리 가볍지는 않다. 그녀는, 사상 첫 올림픽 본선 진출이라는 중대한 목표를 향해 뛰는 여자 축구국가대표팀의 최고참이며, 뒷문을 철저히 지켜야하는 주전 골키퍼다.

맏언니로서 동생들을 잘 이끌어야할 책임이 있고, 동시에 자신의 미래를 설계해야하는 위치에 있기도 하다.

그러나 김정미는 유쾌하다. 어깨는 무겁지만, 결코 주저앉지 않는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했다. 그래서 즐기고 있다. 최고참의 무게에도 불구하고 누구보다 거침없이 현재를 달리고 있다.

자신이 선택한, 아니 운명처럼 다가온 이 길이 그녀에게는 선물이다.


▲ 많이 부족했던 중국 4개국 친선대회

지난 4일, 김정미를 숙소 근처에서 만났다. 그녀는 오는 29일부터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2016 리우올림픽 여자축구 아시아 최종예선’을 대비하기 위해 목포에서 진행되는 최종훈련에 소집된 상태다.

윤덕여 감독은 총 26명이 모인 이번 훈련에서 20명만을 선발해 일본에 데려갈 계획이다. 6명이나 탈락되는 ‘서바이벌’이다. 경쟁을 피할 수 없다. 베테랑인 김정미도 마찬가지다. 

김정미는 이번 훈련에서 윤영글(수원시설관리공단), 김민정(여주대), 강가애(스포츠토토)와 함께 이름을 올렸다.

“이번에 저와 함께 골키퍼 명단에 이름을 올린 선수들은 각각 장단점이 있어요. 매번 (윤)영글이랑 했었는데, 이번엔 (김)민정이와 (강)가애랑도 만나게 됐네요. 둘 다 어려운 게 분명 있을 것 같아요.

 대표팀이 처음이고, 언니들과의 나이 차이도 신경 쓰이겠죠. 저는 솔직히 설레요. 물론 경쟁은 해야 하지만, 같이 훈련하면서 보고 배울 게 있으면 배우고 제가 가르쳐줄 게 있으면 가르쳐 주면서 

재미있게 하고 싶어요.”

“영글이는 제가 잘 알아요. 자기관리에 있어서 철두철미한 선수죠. 룸메이트를 참 많이 했었어요. 개인 운동 나가는 부분이랑, 방을 깨끗이 쓰는 부분 등 모든 점에 있어서 코드가 잘 맞아요.

 또 정말 의젓한 친구죠. 좋은 말을 많이 해줘요. 제가 경기에 나갈 때도 메신저로 항상 ‘언니는 할 수 있어요’라는 메시지를 주더라고요. 참 힘이 되고, 제가 많이 기대는 친구입니다.”

김정미를 포함한 여자대표팀은 지난달 중국에서 열린 4개국 친선대회에 출전했지만 1승 2패라는 다소 아쉬운 성적을 기록했다.

비록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덕분에 냉철한 시선으로 현재의 문제점을 인식할 수 있게 된 건 성과다.

“실점 장면에서 상대가 잘했다기보다는, 저희끼리 조직적으로 실수가 있었던 것 같아요. 공격적인 면은 뭐라 이야기를 못하겠지만, 수비적인 면은 저희끼리 조직적으로 더 다듬어야 할 필요성을 느꼈어요.”

“중국 4개국 친선대회는 정말 많이 부족했죠. 그 때 동생들한테 이런 얘기를 했어요. ‘최종훈련에 소집됐을 때 힘들게 운동하더라도 원망하지 말자’고요. 이 대회 결과로 봤듯이 우리는 많이 부족하고,

이게 현실이라고 강조했죠. 올림픽 최종예선은 또 일정이 정말 타이트해요. 체력이 좋아야하죠. 힘든 훈련이 다가오더라고 이겨내야겠다는 생각뿐이에요.”


▲ 올림픽 나간다면? 오륜기 모양으로 타투하고파

여자대표팀은 올림픽 최종예선에서 북한, 일본, 호주, 중국, 베트남과 만난다. 특히 여자축구 최강으로 꼽히는 북한, 일본은 분명 부담스러운 상대다. 하지만 김정미는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그 동안 수많은 도전을 겪었고, 이 또한 하나의 도전일 뿐이다.

“감독님만 믿고 따라가야죠. 감독님이 초점을 맞추시는 부분을 빨리 잡아내고, 그거에 맞게 컨디션을 조절하고 몸을 올려야 할 것 같아요. 북한, 일본은 물론이고 어느 팀도 방심해서는 안돼요. 다 어려워요.

매 경기마다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사상 첫 올림픽 본선 진출에 대한 주위의 기대감을 알고 있어요. 부담스럽냐고요? 아니요. 저는 오히려 도전인 것 같아요.

부담스럽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건, 제가 항상 해왔던 걸 못하게 될까봐 가지는 거라고 생각해요. 올림픽은 저희가 아직 나가지 못했잖아요. 그래서 도전이에요. 

성공하면 좋지만, 만약 성공하지 못했더라도 나중을 위한 밑거름이 될 수 있겠죠.”

여자대표팀의 올림픽은, 메달 획득을 하면 병역 면제를 받을 수 있는 남자대표팀에 비해 ‘당근’이 부족하다.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그렇다고 아쉬워 할 일은 전혀 없다. 아니, 오히려 더 간절하다.

“올림픽은 월드컵과 달라요. 본선에 갈 수 있는 팀이 두 팀밖에 안되죠. 그래서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영광입니다. 만약 올림픽 본선에 진출하게 된다면

저는 오륜기 모양으로 타투를 하고 싶을 정도로 간절해요.(웃음) 너무 가고 싶고, 뛰고 싶은 올림픽 무대입니다.”

“본선 진출이 힘들지 않겠냐는 시선들을 알고 있어요. 괜찮아요. 그런데 생각만큼 부정적인 이야기는 잘 안 들려요. 아는 분들은 아는 대로 저희를 생각해주시고 응원을 많이 해주세요.

사실 정말 좋아하는 분들이거나, 아니면 관심이 없거나 둘 중 하나죠.”

- 2편에 계속


글=안기희
사진=FA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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