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효원 금속노련 홍보부장] ‘캉테 덕질’로 빠져든 축구, ‘진심’이 되다

2024-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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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 막고 슈웃, 삶의 열정 충만 … “여성들이여, 함께 축구를”


▲ 사진 왼쪽이 금속노련 이효원 홍보부장.
*이 글은 이효원 금속노련 홍보부장의 인터뷰를 1인칭 시점으로 재구성했습니다.

축구인생의 첫 시작은 토트넘 홋스퍼에서 뛰고 있는 손흥민 선수의 경기를 보는 것이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에 초신성처럼 등장한 한국인, 손흥민을 안다면 좋아하지 않을 한국인은 없을 그때는 바야흐로 2018년이었다. 그날은 토트넘 홋스퍼와 첼시의 경기가 있는 날이었다. 새벽 3시에 열리는 경기였지만 졸린 눈을 비비며 버텼다. 손흥민을 쫓던 내 눈은 어느새 샛노란 첼시 유니폼을 입은 은골로 캉테를 향했다. 키 180센티미터가 넘는 장신이 흔한 축구선수들 사이에서 조그만 캉테 선수의 신출귀몰 플레이가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의 키는 168센티미터밖에 되지 않았지만 매 경기 누구보다 가장 많은 거리를 뛰면서 축구장을 활보했다. 카메라 앵글 밖에 있다가도 공을 쫓아 순식간에 앵글 안으로 달려오기 일쑤였다. 작은 키는 그에게 장애가 되지 못했다. 그날 이후 캉테의 경기를 빠짐없이 찾아보는 ‘덕질’이 시작됐다.

덕질은 “나도 캉테처럼 뛰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어졌다. 당시는 SBS 인기 예능 중 하나인 ‘골 때리는 그녀들’(골때녀)이 방영되기 전으로 여성 축구 붐이 일지 않았던 때다. 여성 축구(풋살) 동호회는 찾아보기 힘들었고, 여성 회원을 받아주는 남성 축구 동호회도 적었다. 체육교사가 팀 주장으로 있는 남성 축구 동호회팀을 찾았고, 흔쾌히 경기 참여를 허락받을 수 있었다. 축구선수 출신인 여성 2~3명이 활동하고 있었지만, 기본기가 아예 없는 여성이 경기를 뛴 건 내가 처음이었다. 수영과 달리기로 체력을 다져 놓은 탓에 기초체력은 좋았지만, 확연한 실력 차로 팀에 민폐가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축구를 한다는 사실 그 자체가 그저 기뻤다. 그렇게 축구와 사랑에 빠졌다.

그렇게 1년. 남성 회원의 지인, 여자친구가 하나, 둘 동호회에 나오기 시작하면서 여성팀이 따로 만들어졌다. 이후 패스와 드리블 등 공을 다루는 기술을 배우기 시작했다. 하다 보니 더 잘하고 싶어졌다. 그러려면 더 많이 뛰어야 했다. 대한민국 여자 축구 1부 리그인 WK리그 선수 출신인 권예은 감독이 운영하던 축구 클래스 위킥(We kick)에 참여를 신청했다. 처음에는 여성 축구 클래스였지만, 고정적으로 나오는 회원들이 생기다 보니 점차 팀으로서의 정체성이 생겼다. 함께 축구 경기에 참여할 수 있는 대회를 찾고 참여하면서 자연스레 하나의 팀으로 활동하게 됐다. 최근에는 ‘골때녀’가 히트를 치면서 여러 지방자치단체와 다양한 스포츠 브랜드가 여성 축구대회를 기획하는 일이 많아졌다. 행복한 일이다.

은골로 캉테의 덕질로 시작하게 된 축구를 7년 동안 이어 올 수 있었던 이유는 30여년간 누구도 알려 주지 않았던 팀 스포츠의 재미를 알았기 때문이다. 축구는 팀원 어느 한 명만 잘해서는 절대 이길 수 없다. 득점 찬스를 잡으려면 셀 수 없이 많은 패스를 팀원과 주고받아야 한다. 동료와 협동으로 상대의 수비를 흐트러뜨리는 데 성공했을 때 겨우 한 방의 ‘슛(shot)’을 날릴 수 있다. 처음에는 경기에 출천해 한 골만 넣어 보자고 목표를 세웠다.(축구는 공격보다 수비가 어렵다.) 이후 목표는 무실점 경기로 바뀌었다. 무실점 경기 후에는 경기에서 한 번만 이겨 보자가 목표가 됐다. 그렇게 우리는 느리지만 천천히 한 단계 한 단계 성장했고, 올해 5월 서울 광진구에서 주최하는 풋살대회에서 3위를 거머쥐었다.


▲본인 제공
더 많은 여성이 축구를 할 수 있길 바란다. 축구를 좋아하는 여성들은 기초체력을 강화하려 축구 외 달리기·헬스 등 또 다른 운동을 할 수밖에 없다. 축구에 진심이기 때문에 대회를 앞두고는 컨디션을 조절하기 위해 술을 자제하고 식이조절까지 한다. 운동의 본 목적, 건강한 신체를 얻을 수 있단 뜻이다. 업무스트레스 해소에도 안성맞춤이다. ‘축구지능’란 표현이 있듯이 축구는 머리를 많이 쓰는 운동이다. 움직이는 공의 흐름, 상대 팀의 플레이에 집중해야 나의 다음 플레이를 계획할 수 있다. 상대의 골(goal)을 차단하고, 득점 기회를 노리는 데 집중하다 보면 나를 사로잡던 부정적인 감정과 생각들은 어느새 모두 날아간다.

‘열정을 불태우다.’ 온 힘을 다해 축구 한 게임을 뛰면 드는 심정이다. 축구는 정해진 규칙 안에서 오로지 실력만으로 상대와 겨뤄 승패를 가른다. 축구를 하고 나면 삶에 대한 열정도 다시 솟구쳐 오르는 느낌이다.

꼭 축구가 아니더라도 5명 이상 함께 하는 팀 스포츠를 여성들에게 권하고 싶다. 여성들 간의 유대를 강화하고, 여성들도 해낼 수 있다는 감정을 더 많이 느끼고 경험하면 좋겠다. 그리고 모든 여성이 원한다면 축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되길 바란다. ‘골때녀’ 이전 한국에서 축구는 여성에게 하고 싶어도 하기 어려운 운동이었다. 초·중·고교 12년 동안 여성인 우리에게 축구를 권한 선생님은 없었다. 축구는 남성들의 전유물이었고, 여성들은 등 떠밀려 피구를 해야 했다. 하지만 영국 고등학교에서는 남성과 여성이 함께 축구를 한다. 남녀 모두 축구장을 활보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은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강예슬 기자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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