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동구멋진축구단, 지속가능성을 위하여

2021-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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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이 자라기 위해서는 씨앗의 힘만으로는 안 된다. 알맞은 토양과 햇볕, 적절한 비와 바람이 있어야 싹을 틔우고 잎이 자란다. 대구동구멋진축구단의 성장은 여자축구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2002년을 전후해 전국적으로 여성축구단 창단이 줄을 이었다. 한일 월드컵을 앞둔 축구 붐 조성의 일환으로, 정책적 지원 속에 각 지자체 소속의 여성축구단이 창단된 것이다. 그간 축구와 동떨어져있던 여성들, 특히 중년 여성들의 생활 속에 축구가 스며들기 시작한 때다. 그러나 반짝 붐에 그치지 않는 여성축구단을 운영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체계적인 훈련과 지속적인 대회 참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경제적 지원, 무엇보다 꾸준한 선수 수급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대구동구멋진축구단(이하 멋진축구단) 역시 한일월드컵을 앞둔 축구 열기 속에 2001년 12월 창단됐다. 대구동구청 소속의 여성축구단이다. 초창기에는 우선 은퇴한 운동선수들을 끌어 모았다. 축구를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것은 상관없었다. 은퇴 후 주부로 생활하고 있던 여성들이 대부분이었다. 축구선수 자녀를 둔 어머니, 축구부가 있는 학교의 급식사 등 다양한 사연이 그들을 축구로 이끌었다.

 

박동선 대구광역시축구협회 부회장은 멋진축구단의 창단을 함께한 멋진축구단 역사의 산증인이다. 10년 전부터는 멋진축구단의 단장으로 부임해 궂은일을 도맡고 있다. 20년째 지역 여자축구 활성화에 열정을 쏟고 있는 그에게 그 이유를 묻자, 그는 그림을 그리듯 추억의 한 장면을 묘사했다

 

“골키퍼 김정미 선수가 영진전문대에 갓 입학했을 때예요. 학교에서 공식 훈련을 하고나면 금호강 건너편에 있는 운동장에 와요. 거기는 생활체육하는 동호인들이 축구하는 데거든요. 동네축구요. 거기에 와서 자기가 골키퍼 보겠다고 하고, 그러면서 같이 훈련하고... 날이 깜깜해질 때까지 운동을 해요. 그렇게 연습벌레였어요. 그러니까 그렇게 성공을 했겠죠? 그 모습이 아직도 생생해요.”
 

 

김정미가 남긴 강렬한 인상은 박동선 단장이 여자축구에 애정을 쏟게 했다. 덕분에 김정미가 대학생이었던 2003년 국가대표팀에 발탁돼 현재까지도 최고의 골키퍼로 손꼽히듯이, 멋진축구단 또한 그 시간 동안 맥을 이어가고 있다. 박동선 단장은 영진전문대 여자축구부가 해체한 뒤 대학 여자축구부 창단을 위해서도 애를 쓰고 있다.

 

“영진전문대 여자축구부가 해체한 것은 대구 지역 여자축구 활성화에는 물론이고 여자축구 전체로서도 큰 손실이었습니다. 선수들의 진로 개발을 위해 대학 여자축구부는 꼭 필요합니다. 그래서 영남이공대가 내년 신설하는 스포츠재활·운동관리과와 함께 여자축구부 발족을 준비하고 있어요. 물론 선수 확보 등 어려움이 많지만 내년 창단을 목표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박동선 단장은 여성축구단의 창단과 존속에는 정책적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남자축구에 비해 후발주자라 할 수 있는 여자축구는 아직 자발적인 팀 창단보다는 각 지역 지자체나 시도체육회, 시도축구협회의 주도로 팀이 운영되는 경우가 대부분인 단계다. 때문에 유관 기관의 의지에 따라 팀 운영 상태나 지속가능성이 달라진다. 멋진축구단의 경우에는 대구동구청을 비롯해 대구광역시동구체육회, 대구광역시축구협회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배기철 동구청장님이 워낙 열성적이세요. 동구청 주관으로 여성동호인 전국대회도 준비 중입니다. 구 단위에서 전국대회를 개최하는 건 최초일 거예요. 사실 지난해에 준비를 마쳤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취소됐습니다. 올해 10월 말, 11월 초쯤으로 다시 준비하고 있어요. 코로나19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꼭 성사됐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뜻 깊은 일이 될 겁니다.”

 

멋진축구단이라는 멋진 이름에도 배기철 동구청장의 영향이 있었다. 멋진축구단은 원래 동구여성축구단(창단 당시에는 동구팔공여성축구단)이라는 평범한 이름을 갖고 있었는데, 2018년 배기철 동구청장 부임 이후 생긴 동구의 슬로건 ‘새로운 도약, 멋진 동구’를 따라 멋진여성축구단이 됐다. 이어 굳이 ‘여성’을 넣지 않아도 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나와 멋진축구단으로 최종 결정됐다. 여느 전국대회에 나가도 꿀리지 않을 이름이다.
 

 

“동구와 하나가 되겠다는 의미죠. 그만큼 지원을 많이 해주시니까 모두 감사한 마음으로 축구를 하고 있어요.”

 

정성은의 말이다. WK리그에서 활약했던 정성은은 2017년부터 멋진축구단과 함께 하고 있다. 부상으로 이른 은퇴를 한 뒤 다시는 축구를 하고 싶지 않았던 그지만, 동호인으로서 경기를 뛰고 전문 선수 출신이 아닌 다른 동료들을 지도하며 보람을 느끼고 있다. 그는 멋진축구단이 다른 동호인 팀과 비교해 보다 엘리트 팀을 닮아있다고 설명했다. 멋진축구단은 탄탄한 지원 속에 오랜 시간 명맥을 유지해온 만큼 동호인축구 이상의 체계적인 시스템을 자랑한다.

 

“엘리트 팀 못지않게 프로페셔널한 팀이라고 생각해요. 훈련도 체계적이지만 그 훈련을 준비하는 과정이나 훈련에 임하는 태도, 모든 것들이 그래요. 필드하키, 태권도 등 이전에 다른 종목으로 선수 생활을 했던 사람들이 많아서 더 그런 것 같아요. 외부에서 보면 ‘동호인 팀이 왜 이렇게까지 하지?’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 팀 사람들은 모두 그런 열성적인 분위기를 좋아하고 편해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단합이 잘되죠.”

 

멋진축구단은 일주일에 세 번씩 대구 동구에 위치한 박주영축구장에서 훈련을 갖는다. 체계적인 시스템 덕분에 멋진축구단은 발전을 거듭했다. 실전 감각 향상을 위해 70대 남자 동호인 팀과 연습경기를 치로곤 했던 멋진축구단은 이제 50~60대 남자 동호인 팀과의 맞대결에서도 대등한 경기를 펼친다. 덥고 습한 대구의 날씨는 멋진축구단의 축구 열정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

 

올해부터 멋진축구단을 이끌고 있는 김규식 감독의 부임은 또 하나의 발돋움이다. 지난해까지 명예직이었던 감독 자리에 베테랑 여자축구 지도자인 김규식 감독이 앉은 것이다. 김규식 감독은 대구동부고 여자축구부에서 창단부터 16년간 팀을 이끌었고, 이후 제주국제대 여자축구부와 대구WFC 감독을 역임한 바 있다. 박동선 단장이 적극 섭외한 끝에 올해부터 멋진축구단의 지휘봉을 잡게 됐다.

 

전국구 여성축구단으로 자리매김하고자하는 멋진축구단은 소위 ‘선출(전문 선수 출신)’이 많은 수도권 팀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선출 멤버 영입 외에도 비-선출 멤버의 기량 향상에 힘쓰고 있다. 정성은은 여자축구의 경우 남자축구보다 선출과 비-선출의 기량 차이가 크다고 설명했다. 김규식 감독의 부임은 그 차이를 줄이고 팀의 전력을 끌어올리는 데 큰 보탬이 될 전망이다. 박동선 단장은 2017년 전국생활체육대축전에서 딴 동메달을 금메달로 바꿀 날을 기다리며 코로나19 종식을 기원하고 있다. 

 

* 이 글은 KFA 기술리포트&매거진 ONSIDE 9월호 'Team ‘HER’story' 코너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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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권태정

사진=대구동구멋진축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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