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릭FS, 즐기자 선수의 열정으로

2022-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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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에서 엘리트와 아마추어의 경계가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는 요즘이다. 엘리트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아마추어처럼 풋살을 즐기는 크릭FS가 새 장을 열고 있다.

 

크릭FS는 스포츠웨어 브랜드 크릭(CRIC)의 장준영 대표와 2010 FIFA U-17 여자 월드컵 우승 멤버였던 주수진 씨가 힘을 합쳐 2021년 결성한 풋살팀이다. 대다수가 과거 축구선수로 활동했던 20대 중후반의 여성들로 이뤄졌다는 점이 특징이다. 저마다의 이유로 일찍 선수 생활을 접었지만 축구에 대한 애정과 열정만큼은 접지 못했다.

 

주수진 씨는 한국이 최초이자 유일하게 월드컵을 들어 올린 대회인 2010 FIFA U-17 여자 월드컵에서 주전으로 활약할 만큼 촉망받던 유망주였다. 스페인과의 준결승전에서는 역전골을 기록하며 한국의 결승 진출을 이끌기도 했다. 2014년 대전스포츠토토(현 세종스포츠토토)에 입단하며 WK리그 무대를 밟았던 그는 2019년 서울시청에서의 마지막 시즌을 끝으로 선수 은퇴를 결심했다. 은퇴 후에는 필라테스 지도자 자격증을 따 현재 필라테스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은퇴 후에는 한동안 축구를 전혀 안했어요. 자격증 공부 때문에 바쁘기도 했고, 은퇴 직전에 발목 부상이 있었던 터라 축구를 하는 게 좀 무서웠거든요. 그래서 장준영 대표님이 풋살팀 결성을 제안했을 때 고민도 많이 했어요. ‘이게 과연 나한테 도움이 될까?’ 하면서요(웃음). 일이 아닌 취미로 즐겨보자는 다짐을 하며 시작했는데, 시작 전에 했던 고민이 별 것 아니었다 싶을 정도로 좋았어요. 진작 할 걸!”

 

축구팀이 아닌 풋살팀을 선택한 것은 보다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서였다. 11대11인 축구보다는 5대5인 풋살이 선수 구성과 경기장 대관 면에서 편리하고, 부상 또는 체력 문제를 가진 은퇴 선수들이 부담 없이 운동을 즐길 수 있다. 선수 시절 훈련 겸 레크리에이션으로 풋살을 경험했던 멤버들은 빠르게 풋살의 규칙과 스타일에 적응했다.



 

“처음 멤버 모집을 할 때는 지인을 통해서 했어요. 제 지인이 들어오고, 지인의 지인이 들어오고, 지인의 지인의 지인이...(웃음) 그래서 지금은 20명이 조금 안 되는 정도예요. 다들 은퇴 후에도 몸이 근질근질했던 건지, 같이 풋살을 해보자는 제안에 흔쾌히 응답해줘서 고마웠죠. 다들 공 차는 게 싫어서 은퇴한 건 아니니까요. 뭐든 일이 되면 힘들지만 취미로 공을 차니까 더 즐길 수 있는 것 같아요.”

 

주수진 씨는 크릭FS의 주장을 맡아 팀을 이끌고 있다. 경기장에서 멤버들을 독려하는 것은 물론 풋살 전술을 공부해 공유하는 것도 그의 몫이다. 주수진 씨는 크릭FS에서의 활동이 현재 직업인 필라테스 강사로서의 일에도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강사가 된 후에는 직접적으로 몸을 쓸 일이 줄어들었는데, 풋살을 하며 몸을 움직이는 것이 필라테스 지도의 질을 높이는 데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생활의 활력이 되는 것은 물론이다. 그는 “쉬는 날 풋살하러 가는 시간이 너무기다려진다”고 말했다.

 

안경미 씨는 주수진 씨의 제안으로 크릭FS 결성 단계부터 함께한 멤버다. 그는 주수진 씨와 초등학교 선후배 사이다. 역시 선수 출신인 안경미 씨는 현재 어린이집 또는 유치원에서 프리랜서 체육 강사로 일하고 있다.

 

“고등학생 때까지 선수 생활을 했어요. 대학생 때도 하긴 했지만 팀이 해체되는 바람에 제대로 된 선수 생활을 못했어요. 선수 생활을 그만둔 이후에도 한 달에 몇 번씩 축구를 했어요. 취미로요. 동네 여성축구단에 들어가서 하기도 하고, 지인들과 모여서 하기도 하고요. 공 차는 걸 워낙 좋아해서요. 하고 배운 게 그것뿐이잖아요(웃음).”
 

팀 해체라는 아픔을 겪고 원치 않게 이른 은퇴를 했지만 축구에 대한 애정은 사라지지 않았다. “공 차는 게 제일 재밌다”는 안경미 씨는 풋살을 통해 축구선수로서의 못다 푼 한을 풀고 있다.

 

“처음 모여서 운동할 때는 다들 은퇴한 지 꽤 됐다며 몸이 무겁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막상 시작하니까 다들 날아다녀요. 승부욕도 여전해서 살살 한다더니 태클이나 몸싸움도 참지 않죠(웃음). 다들 욕심이 생기니까 풋살 규칙도 배워오고 영상도 많이 찾아보고 하면서 팀워크를 다지고 있어요. 선수 출신으로서 서로 공감대가 있으니까 더 친밀하게 관계를 이어갈 수 있는 것 같아요.”



 

안경미 씨의 말에 양의인 씨도 공감했다. 양의인 씨는 중학교 1학년 때까지 한국에서 엘리트 축구선수 생활을 하다 캐나다로 이주했다. 캐나다에서도 축구를 계속하긴 했으나 고등학교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 다시 엘리트 축구선수를 하겠다는 바람은 이루지 못했다. 그는 현재 유아들을 대상으로 영어로 체육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다. 오랜 외국 생활 후 다시 모국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어린 시절의 동료들과 함께 운동을 하는 것은 그 자체로 큰 힘이 된다. 

 

“한국에 돌아왔을 때 옛날 추억을 많이 떠올렸어요. 친구, 선후배들과 어울려서 공 차는 걸 다시 하고 싶었죠. 선수 시절 선배의 연락을 받고 크릭FS에 들어오게 됐어요. 이렇게 매주 함께 운동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게 정말 감사할 일이에요. 어릴 때부터 알던 멤버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멤버들과도 금방 친해졌어요. 이제는 정말 가족 같은 분위기에요. 다들 선수 생활을 해봐서 서로 이해하고 스스럼없이 다가갈 수 있는 것 같아요. 사적으로도 서로 많이 만나고 연락을 자주해요.”

 

주장 주수진 씨는 이런 크릭FS의 분위기를 “전우애”라고 표현했다. 축구를 사랑하는 마음과는 별개로 은퇴 전 선수 생활이 마냥 즐거운 일로만 가득했을 리 없다. 은퇴 후 새로운 진로를 찾아 사회에 나서는 과정도 마찬가지다. 정신적 또는 육체적으로 고됐던 경험들을 나누고 공감할 수 있는 존재들이 옆에 있다는 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위안이 된다.

 

크릭FS는 지난 12월 제8회 AoA SPORTS 전국 여성 풋살대회에 참가해 우승을 차지했다. 9개 팀 중 선수 출신이 다수 속한 팀도 꽤 있어 수준 높은 경기가 펼쳐졌다. 주수진 씨는 이번 대회를 계기로 크릭FS가 더 끈끈해진 것 같다고 했다. “즐기자. 그렇지만 선수 시절의 열정으로 하자”는 다짐은 결성 후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크릭FS를 빠르게 성장시키고 있다.

 

최근 신입 회원 모집을 시작한 크릭FS는 외연 확장에도 의지를 갖고 있다. 선수 출신이 아니더라도 축구와 풋살을 열정적으로 즐길 수 있는 여성이라면 누구든 회원이 될 수 있다. 주수진 씨는 “예능 프로그램 ‘골 때리는 그녀들’이 방영된 이후 축구나 풋살에 참여하고자 하는 여성들이 늘어났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면서 크릭FS 또한 여자축구와 여자풋살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 이 글은 KFA 기술리포트&매거진 ONSIDE 1월호 'Team ‘HER’story' 코너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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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권태정

사진=크릭F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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